[젠포트] 적자기업으로 수익내기

적자기업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상식적인 투자자라면 당연히 돈을 못 버는 회사니 투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실 것 같습니다. 물론 재무상태가 안 좋은 적자기업을 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남들과 반대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꺼려하는 적자기업으로도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남들과 반대로 적자인 기업에 투자해서 버는 투자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반적인 가치투자에서(혹은 트레이더라도) 적자기업은 우선적으로 제외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고, 주주들은 그 이윤을 나눠먹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이윤이 없는 회사에 투자할 이유는 없겠죠.

하지만 아직 수익구조가 잡히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 회사, 혹은 회사가 건실한데도 경기 불황을 맞아 일시적으로 적자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회사의 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는 경우(턴어라운드) 그 반전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전략적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인 뒤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흑자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쿠팡이죠. 쿠팡은 흑자 전환 후 주가 반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쿠팡 '흑자전환' 성공, 골드만삭스·JP모건 예측치 넘었다 - 머니투데이

이런 적자 기업들을 노려 수익을 내는 전략을 간단하게 구상해봤습니다.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적자기업이지만 향후 수익이 날 것 같은 기업은 뭘까요? 간단하게 생각해봤습니다.

적자기업을 필터링하고, 매출액 성장률이 높은 기업을 찾는다.

적자기업을 필터링한다는 뜻은 여기서 적자기업을 거른다는 것이 아니라, 적자기업’만’ 찾는다는 뜻입니다. 이걸 젠포트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주 간단하죠? EPS < 0으로 순이익이 적자인 기업만 골라주고, 우선순위로 매출액 성장률이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겁니다.

우선순위에 있는 PSR은 매출액과 시가총액의 비율로, 시가총액에 비해 매출액이 너무 낮은 기업을 제외하기 위해 넣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매출액이 1억인데, 2억이 되면 매출액 성장률이 100%로 계산되겠죠. 너무나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PSR을 이용해서 매출액이 시가총액에 비해 작은 기업들을 제외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에 들어간 모든 지표들이 오로지 매출액과 관련한 지표라는 것이죠.

백테스트는 간단히 월봉 백테스트를 이용했습니다.
거래비용 오차를 감안해 수수료를 0.015가 아닌 0.1%로 설정해봤습니다.

투자기간 : 2007/01 ~ 2022/11 (15년) [수수료율:0.1% 슬리피지:0%]
매수 종목 : 20 종목, 3개월마다 리밸런싱

이 전략 역시 마찬가지로 디테일한 부분을 다듬지 않은 아주 간단한 기본 틀만 갖춘 전략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지만, 퀀트 전략에 있어서 간단함이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간단하면서도 논리적인 전략이 과최적화를 피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저것 다 끼워 넣어 숫자만 잘 나온다고 해서 좋은 전략이 절대 아닙니다.

백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가요? 적자기업만 투자했는데도 연평균 수익률이 13% 정도는 나오게 되죠. 아주 대단한 수익률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자기업에만 투자해서 시장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보인다는 점에는 주목할만합니다.

다만 이 백테스트 결과는 월봉 백테스트 이므로 MDD가 다소 높게 나오는데, 이 기본 틀을 응용해서 마켓타이밍을 추가하거나, 적자이면서도 상장폐지 위험이 있는 기업은 제외한다던가 하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추가해본다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퀀트 역시 결국 투자 전략을 수식화 하는 것이므로,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알파를 추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