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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가치투자 2024. 6. 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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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룰루 밀러, 출판 : 곰출판, 출간일 : 2021년 12월 17일

나의 한줄평

우리는 또 무엇을 오해하고 있을까.

 

리뷰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한 분류학자의 일생에 대한 룰루 밀러라는 과학저널 기자(저자)의 연구로 시작된다. 조던은 일생을 집요하게 무질서한 것을 질서 있게 하는, 이 세상에 분류되지 않은 것들에 이름을 붙여 분류하는 일에 일생을 몰두한 저명한 생물학자였다.

 

처음에 저자는 그가 어떻게 그런 끈기를 가지고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몰두했는지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졌다. 왜냐면 조던의 연구는 순탄했던 것이 아니라, 화재와 지진 같은 재해를 겪으며 연구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참담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저자의 삶 또한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처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경외심과 극복에 대한 호기심이 발단이었다. 이것이 책의 전반부까지 나오는 내용들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책에서, 망해버린 사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화하는 그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절박했다.

 

이렇게 전반부까지는 그저 그의 삶을 자세하게 서술하는 전기에 불과했지만, 후반부부터 반전과 함께 이 책의 주요 요점이 나오기 시작한다. 조던의 '목표를 향한 끈질김'이 비도덕적인, 심지어는 자신과 대립하는 인물을 제거하는 데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는 암시, 또 그가 집요한 우생학의 추종자였으며 심지어 우생학의 기준에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임신중절 같은 비윤리적인 일들을 행하는 데에도 앞장섰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홀로코스트를 일으키기 전에 이미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는 충격적인 일을 알게 된 것이다. (내용과는 번외로,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 댓글창 따위에 자주 우생학적인 관점의 댓글이 종종 보이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기초과학 교육이 더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한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가 일생을 바쳐 연구한 물고기들, 즉 '어류'는 분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후에 밝혀진다. 일생을 물고기를 분류하는 일에 바친 조던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게 이 책의 큰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조던에게는 우주의 질서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 따위가 사실은 우주에게는 무의미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인간의 오만함과 함께 인간의 직관으로 정해놓은 분류법.  물 안에 사는 헤엄치는 생물들을 당연히 '어류'로 분류해왔던 과학은, 사실은 과학적이지 않았다. 물론 그 사실을 밝혀낸 것도 후세기의 과학자들이지만. 어류 분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에 대한 해석(=과학)이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 인간의 언어로 행해지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이 사실은 이기적이고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당신이 분류학자라면, 이 우주의 혼돈에서 어떻게 질서를 찾아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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