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EBS자본주의 제작팀, 출판 : 가나출판사, 출간일 : 2013년 09월 27일
나의 한줄평
살짝은 정치적일 수 있는? 자본주의 교양서
리뷰
이 책은 EBS자본주의에 관한 방송인 다큐프라임 5부작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책에서 인용되는 자료나 내용들을 보아하니 거진 10년도 더 된 듯하다. 그럼에도 뭐 자본주의는 그동안 바뀐 게 없으니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만약 학생인 자식이 있다면 교양서적으로 읽게 하면 좋을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자본주의에 관한 내용이다.
첫 번째로는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본주의는 빚으로부터 시작된다. 은행이 없는 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 기원은 영국의 금세공업자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데, 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려고 세공업자가 튼튼한 금고를 만들었고, 그 금고에 다른 사람들의 금을 보관하고 그걸 증서로 만들어줬는데,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 실물(금)을 거래하기보다 증서만 거래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실제 금고에 있는 금을 빼돌려 대출을 시켜주거나 심지어 없는 금까지 대출해 주는 행위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결국 부가 쌓이던 세공업자를 수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한꺼번에 금을 찾으러 오자 뱅크런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그 후 망할 뻔한 위기를 정부의 지원으로 극복한 것은 현대사회와 닮아있기도 한 듯한 모습이라 흥미롭다.
두 번째는 속기 쉬운 금융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다. 금융업자들이 위험이 있는 상품을 위험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등의 사례가 나오는데, 최근 큰 이슈가 된 홍콩 ELS 사태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정도면 자본주의에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춘 나라지만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제도적인 허점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교묘한 상술로 소비자들을 속이려는 상품들은 아직도 넘쳐난다. 루나 코인 사태가 생각나기도 한다. 금융상품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그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하나만 유념해도 피해를 볼 일은 없지 않을까.
세 번째로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본주의에 대한 중심 주제에는 조금 엇나간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뭐 큰 틀에서 돈을 소비하는 내용에 대한 거니까.. 여성이 훨씬 감정적이라 감정적인 소비에 취약하다고 하는데 이거 이거.. 10년도 더 된 책이기에 망정이지 요새 이런 소리 함부로 하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어쨌든 연구 결과가 그렇다고 한다. 이런 무의식적인 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물질보다는 경험에 쓰는 것이 만족감이 높다고 한다. 아이들의 용돈과 소비성향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나중에 자식이 생기거든 어릴 때부터 올바른 소비습관을 갖추도록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부에서부터는 약간의 역사 이야기다. 국부론부터 시작해서 자본론,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이론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어려운 내용을 비교적 쉽게 풀어냈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흘러왔고 어떻게 흘러가도록 할 것인지. 자본주의 사회에 속해있다면 누구나 깊게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다. 자본주의는 위대한 체제이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불평등으로 낙오시켜 왔다. 자본주의 사회의 낙오자들을 그대로 둘 것인가? 양극화와 불평등을 우리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마지막에는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복지자본주의를 논하면서 살짝은 사회주의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이 조금 가미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무리가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끔 열린 결말로 되어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인문교양서적 느낌이면서도 생각해볼만한 주제들이 있어서 가볍게 읽기에 좋다. 특히 EBS 답게 자식이 있다면 교양 교육용으로 추천해 줄 만한 서적. 다만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스스로 다방면으로 사고하고 결론 내리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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